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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 NA YOUNG 

AMORPHOUS SUBSTANCE

 

02.11 - 03.09.2017

        

                                                                                            

가의 작업안에서 보여지는 대상들은 주관적인 시각의 형태들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친근함이 묻어있다.미묘하고 모호한 정신 속에서 나타나는 감정 그리고 제스쳐 들은 손끝과 연약한 재료들이 맞닿은 그 순간의 우연적이고 즉흥적인 표현이자 작가 본인과 작업간의 소통 그리고 작업의 시작과 끝을 잇는 ‘과정’과 ‘행위’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나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색감, 선 그리고 형상들은 그런 순간의 캡쳐 또는 다른 말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덩어리와 빈 상자의 만남이라고 하겠다. 그 빈 공간 안에서 색과 선 그리고 순간의 튀어오르는 정신(Spirit)을 결합시켜 작가 나름의 상징적인 언어로 만드는데 그 형상들은 신기루같은 실루엣으로 존재한다.

작업실은 실험실로서 그리고 작가는 감정과 행위 그리고 재료들이 한데 섞여 조제하는 실험자 혹은 가해 당하는 피실험자의 역할을 하며 실험의 과정이 확장 되어갈 수록 공간 안에서 작가 나름의 은유(metaphor)적인 혹은 시적(poetic)인 방법들과 함께 시각적 형상이 충돌하며 공간 안에서 퍼져나간다. 무의식과 인지되는 생각,언어 또는 하나의 작은 선, 조각에서 시작으로 ‘감각의 순간’ 그리고 ‘작업과 작가 혹은 감상자 그리고 공간 사이에 공기가 통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하고 있다.         

                                       

                                                     

초서(草書)로 쓰여진 악보처럼 보였다. 악보란 일정한 규칙 아래 형성된 음악이 담긴 결과물일텐데 여기엔 생성하는 이의 조율에서 발하는 특유의 음계가 반영되어있다. 악보에서 음계와 함께 리듬(rhythmos)을 찾을 수 있다면 음의 높고 낮음과 더불어 진행되는 동세와 속도 역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선상에서 이나영이 제시하는 시각적 효과에 집중했을 때 찾을 수 있는 작가의 동세와 속도는 해(楷)와 행(行)의 다음인 초(草)의 것이 주를 형성하며 이와 상응하는 요소들이 배음(harmonics)을 이루고 있었다.

 

표현에 있어 드로잉은 여전히 조형의 모체가 된다. 작가가 제시하는 화면과 표현의 주된 주제는 사회적이지도 너무나 개인적이지도 않은 지점으로 진척되었다. 표현의 결과는 주로 추상의 흔적들로 조형의 정체성을 확정 짓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인과적이고 논증적인 조형과는 그 결을 달리하는 조형이 있음을 인지하고 작가의 조율에서 오는 다른 리듬을 감지한다면 작업에 대한 조금 더 유연한 수용의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조형과 형상에 있어 대중의 수요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내적인 수요를 묻고 지향을 이끌어 낸다. 때문에 스스로의 충만함과 함께 자라나는 작은 표현 각각이 작가에겐 과정이며 결과인데 이러한 과정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객관적인 미감은 작가가 중요 여기는 조형의 요소다.

 

작가는 〈ink+whipped cream〉, 〈creamy grey winter〉등에 이르러 재료적인 실험을 보인다. 평면의 대표적 미디엄인 캔버스에 석고나 시멘트를 부가하는데 찢거나 오리는 직접적인 가공을 거치기도 한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되는 요소가 작가의 버릇이다. 사물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작가의 버릇은 재료의 파편들을 수거해 재생하는 공정으로 바뀌었고 이는 사소한 요소도 쉽게 무(無)로 돌려보내지 않는 자신의 조형 방법과도 닮아있다. 〈black-heartedness slime〉시리즈와 〈fragile short cake〉, 〈irregular Biscuit〉 등은 작품명과 실물간의 불일치를 드러내는 작가의 사고적 실험이다. 그동안 가꾸어온 미적인 태도와 실천 사이에서 내적인 규칙을 만들고 무채의 군락을 형성하는 것은 세상의 기음(fundamental tone)을 파악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여기에 라이트모티프이지만 배음을 부여해 나감으로써 자신의 미술적 행위와 그곳으로부터 발하는 음계에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작가 이나영

​미술평론가 이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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